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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위자드웍스 디자인팀장 simple님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을 보다 많은 위자디언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하여 simple님의 허락을 얻어 공식 블로그로 옮겨봅니다.

위자드웍스에서 위자드닷컴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는 8월 14일 부로 만 1주년을 맞이합니다. 1주년을 기념하여 앞으로 매주 한 두 편씩, 위자드웍스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본 위자드닷컴 개발과 그 난제들, 그리고 결국 찾아낸 해결방안들을 소개하는 작은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 기간 내내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의 댓글(!)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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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드웍스에서 근무한지 어언 1년이 넘었다. 2006년 7월 초에 들어와 지금까지 있었으니 1년을 넘게 위자드닷컴과 동고동락해온 셈이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업데이트 주기와 업데이트 정도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애플이라는 회사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때문이다. 애플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제품에 관한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리에 부치다가 키노트에서 한번에 터뜨려버린다. 퍼포먼스도 매력적인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나온 제품 하나하나가 참 경탄할 만한 것들이다. 아이맥이 그랬고 아이팟이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다. 심심하다 싶으면 아주 멋진 애플의 제품이 펑펑 튀어나오니 애플 신봉자가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하겠다.

아마도 나는 그러한 애플의 행태를 무의식 중에 학습했었던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있는 위자드닷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버전업이 될때마다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게 또 나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업데이트 시즌이 되면 기존의 것을 비약적으로 업데이트를 시키려고 했었고, 사실 그게 쉽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그 현상은 위자드닷컴2.0:칸타빌레를 개발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2.0이니까 세계에서도 으뜸인 개인화서비스를 내놓아야겠다는 압박감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기대에 못미치는 기획안을 받을 때마다 기획자랑 싸웠고, 수정을 거듭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기획하는 데에만 참 많은 날이 지나갔다. 우리 조직은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평등한 조직이라 기획안에 대해 내가 마음대로 컴플레인을 걸 수 있었다. 돌아보면 그게 좋은 점었는지 나쁜 점이었는지 쉽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나도 기획서에 대해 반 이상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기획안이 나올 수 있어서 마음은 편했던 것 같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자의 심정이란 참으로 마음아프고 서럽지 않던가.

'대단한 것'을 내놓으려는 나의 욕심(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때문에 참 많은 기능이 탑재되고 디자인도 참 많이 바뀌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화려한 비주얼'과 '높은 자유도'이다. 기존 위자드닷컴은 편안하고 오래 머물기 좋은 곳이라 한다면 칸타빌레는 수많은 화려한 색채의 스킨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디자인도 진정하게 개인화시키도록' 디자인을 했다. 그리고 칸타빌레의 오픈베타가 문을 여는 날, 사람들은 호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칸타빌레의 이용자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가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내에서 '왠지 모르겠지만 위자드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는다', '눈이 아프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내가 웹서비스가 아니라 웹OS를 만들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위자드닷컴과 칸타빌레는 너무도 달랐다. 로고 없애고 다른 서비스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나는 애플인 양 '대단한 것'을 내놓으려 했었지 현재의 상태를 조금씩 고쳐나가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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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한 것은 다음과 같다.

위자드닷컴1.0에서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가치 - 편안함과 따뜻함, 아기자기함을 버리고 화려한 색감으로 일관하였다. 그것은 2.0에서 혁신적으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결론적으로 큰 이질감만 안겨주었다. 포탈을 비롯한 웹서비스는 큰 변화를 줄 경우 리스크가 크므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보통인데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던 1.0서비스를 지나치게 변화시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기존 것의 가치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 게다가 기존의 것들 중 어떤 것이 가치있는 것인지 판별해 내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위자드닷컴1.0의 디자인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칸타빌레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네이버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대단하다. 기존 것을 살려 나가되 혁신적인 변화를 주어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다. 며칠 전 바뀐 네이버의 메인화면은 민감한 사람만 알 수 있게끔 살짝 바뀌었지만, 보기 편하고 깔끔하게 구성된 모습이 인상깊다. 그리고 블로그 시즌2, 카페 시즌2는 혁신적인 기능이 속속 도입되었는데도 기존의 느낌을 잘 살려 디자인하였다.

이미 칸타빌레가 운영되고 있지만 얼마 후에 있을 Grand Open때 조금 더 위자드닷컴다운 모습으로 바꾸어 런칭할 예정이다. 시각적으로 편안한 스킨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위자드닷컴1.0의 느낌을 살려 기존 사용자들이 큰 이질감없이 자연스럽게 칸타빌레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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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드웍스 디자인팀 배재민(si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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